골목대장 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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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대장 나대
조회160회   댓글0건   작성일4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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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 의  세 상 

 

골목대장 나대
 

강아지 놀이터에 나대를 풀어주기 전, 꼭 치르는 의식이 있다. 줄을 꼭 잡고 카운트다운을 세는 일이다. 3, 2, 1… 로켓에 빙의한 나대는 네 다리로 지면을 박차고 저 멀리 놀이터를 향해 뛰쳐나간다. 주변 사람들의 탄성은 덤으로 따라붙는다. ‘무슨 애가 저렇게 잘 뛰어다녀요?’ 나대는 우리 동네의 골목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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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들이대고 본다


나대는 별명이 여러 개다. 일단 ‘나대’라는 이름부터가 너무 나대서 붙여진 별명이다. (본명은 쪼꼬)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아무한테나 들이대려 하기 때문에 ‘들이대’라고도 불리며 식빵 한 봉지를 다 훔쳐 먹은 날에는 ‘먹어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중 ‘들이대’란 별명은 나대가 아기였을 때 붙여진 별명인데, 당시의 나대는 산책을 나가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예쁘다고 해줄 거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예쁨을 받으려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쫓아가는 통에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30분 만에 도착한 적도 있다. 물론 나대가 들이대는 대상은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나대는 놀이터의 초 인싸견이다. 놀이터에 나대를 데려가면 나대는 모든 개에게 아는 척을 하고 다닌다. 세상 모든 개가 자신의 친구일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물론 세상은 강아지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10마리 중 5마리꼴이라는 절반의 확률로 만남이 성사되지만….

 

나대가 놀이터를 지배하는 법


일단 다른 강아지들과 친해지고 나면 나대는 달리기를 시작한다. 목적도 이유도 없이 무작정 달리는 것이다. 나대가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 옆에 있는 강아지도 영문도 모른 채 덩달아 뛰기 시작한다. 


그 강아지의 옆에 있는 강아지도, 또 그 옆에 있는 강아지도 마찬가지이다. (나대와 나대의 친구들만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아지들은 보통 주변의 누군가가 흥분하기 시작하면 같이 흥분해준다.) 


강아지 놀이터 안에는 마구잡이로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에 의해 순식간에 개판이 벌어진다. 그중 1위를 차지하는 것은 항상 나대였다. 견주들은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나대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어머, 애가 참 밝아서 좋겠어요.’ 밝은 건 좋은데 그 밝기가 태양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 법이다. 


나대는 겉과 속이 똑같은 강아지라 집에서도 필받으면 그렇게 뛰어다녔다. 필받은 나대는 주인님도 못 알아보기 때문에 나대의 거친 발길질에 무참히 짓밟히는 건 얌전히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던 죄 없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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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를 더 빠르게 하는 법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으면 강해진다. 뽀빠이에게 시금치가 있는 것처럼 강아지 놀이터의 골목대장인 나대에게도 한계 돌파를 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바로 삑삑이 공이다.


나대도 어쨌건 생물인지라 지치기도 한다. 강아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지칠 때가 되면 와서 안아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언젠가는 진짜 방전이 되어 버려서 흙바닥에 털썩 누워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삑삑이 공을 누르는 소리가 들어오면 나대는 피리 나팔을 분 것처럼 발딱 이러나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돌진한다. 이때의 나대는 신체의 한계조차 초월한다.


7kg에 달하는 나대는 푸들치고 다리도 길고 몸집도 큰 편이지만 그래도 본질은 푸들이다. 보통 아무리 빠른 푸들도 개 중에서 가장 빠른 개라는 그레이하운드 종을 이기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대는 달랐다. 삑삑 거리는 공은 나대 안에 잠재된 무언가를 일깨웠고, 공 앞에서 나대는 천하무적이었다. 나대가 강아지 놀이터에서 공을 뺏긴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심지어 남의 강아지 공도 자꾸 뺏어 와서 주인인 나는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결론은 나대는 골목대장이고, 공 앞에선 천하무적, 천하대장이다.


나대가 우리 집에 온 지 만 3년이 지났다. 처음엔 걷는 방법을 모르는 건지 맨날 뛰어만 다니길래,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골 때리던 강아지였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1년이 지나면 얌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1년이 지난 나대는 더 커진 몸짓으로 달려나갔고, 2년이 지나면 얌전해질 거라 해서 또 기다렸더니 그새 머리가 좀 더 굵어졌다고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놀이터를 지배하고 있다. 3년이 된 지금은 말할 것도 없다.


4살이 됐을 때의 나대는 어디를 지배하고 있을까? 4년 후의 나대도 10년 후의 나대도 그리고 20년 후에도 나대가 건강히 골목대장 노릇을 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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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그림 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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